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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청

no mingzi 2023. 4. 9. 18:08

[리틀청-여기서 살 수 있댔잖아요.]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곳에 온 뒤에는 종일 쪼그려 앉아 엄마의 일을 도왔다. 엄마는 홍콩이 우리 것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러면 이곳은 우리나라가 되고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했다. 설거지를 도우는 일만으로 우리가족이 생활하기 부족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다른 일이 없을까 찾아다녔다. 하루는 골목 한 켠 식당에서 사람을 구한다기에 찾아갔었다. 역시 너무 어리단다. 무슨 고용 법에 걸린대나 어쩐대나. 내 또래의 꼬마 남자애가 있다. 이 가게 사장의 아들인건가? 부럽다. 다시 설거지나 끝내러 가야겠다.

동생이랑 놀고 있는데 남자애 하나가 다가온다. ? 그때 그 아이네. 자기가 배달 일을 하는 걸 도와주면 돈을 나눠주겠단다. 7:3? 나도 그 정도 셈은 할 줄 안다. 5:5!

대신 내 종 해!”

그 정도야 뭐. 돈만 준다면..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배달 일을 하기 시작했다. 꽤 계산이 빠른 아이다. 역시 이 곳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돈 뿐이다. ? 난 먹고 살기 위한 것뿐이다. 우리 가족이 그만한 가게가 있다면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텐데... 행복을 모르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중국에서는 참 좋았다. 자주 굶주렸지만 모두들 어려웠고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뭐. 이 곳도 그리 나쁜 건 아니다. 곧 돈을 많이 벌 테고 그 아이네처럼 가게도 집도 살거다.

같이 다닐수록 참 재밌는 아이다. 돈이 세상에서 제일이란다. 자기는 그런 세상의 이치를 벌써 깨달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 그 아인 그 돈들을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

그 아이와 함께 다니며 재미있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경극배우 브라더 청을 엄청 좋아하는 그 아이의 할머니부터, (그 아이 이름도 그래서 리틀 청이란다.)돈밖에 모르는 그 가게 주인아저씨, 리틀청의 아빠다. 동네깡패 데이빗한테 오줌 쥬스를 배달하는 건 정말이지 두근거리고 통쾌하다. 야시시한 옷을 입은 언니들도 만났다. 리틀청네 집에는 필리핀 보모도 있다. 그 아줌마나 나나 이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솔직히 그 아줌마가 조금 불쌍하다. 여긴 곧 우리 것이 될텐데. 저 아줌마는 돈이나 뼈 빠지게 벌고 나면 쫓겨나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사는 게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 아이한테 형이 한 명 있단다. 맨 날 사고만 치다 그 고집불통 아빠가 부자지간을 끊어버렸단다. 형을 찾는다고 여기 저기 물어보다가 청은 아빠한테 크게 혼이 났나보다. 어느 날 아저씨가 상기된 얼굴로 리틀청을 찾았다. 어디 간걸까? 고집불통 아이. 그 아빠에 그 아들이다.

그래도.... 리틀청이 부럽다. 가게도 있고 집도 있고.. 우리집도 그 정도 형편만 되면 아빠랑 엄마가 하루 종일 일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럼 나도 그 아이처럼 마음대로 도망가서 신나게 놀수도 있을 텐데... 리틀청이 찾아왔다. 우리는 같이 지우롱에 놀러갔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이 아이 정말 날 재밌게 해준다. 전에는 우리에게 가게에 있는 케익도 갖다 줬다. 고마운걸...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였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넌 몰라. 잘못한 것도 없이 경찰만 보면 도망가야하고.. 하루 내내 설거지를 하고도 얼마 받지 못하고 사장이 얼마나 우리 엄마를 구박하는지 알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런데 너희 아빠가 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데 어떻게 하라구. 그리고 내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어. 날 너무 탓하지 말아줘. 난 정말 어쩔 수 없었어. 너희 아빠가 무서웠다구..

벌을 받은 게 틀림없다. 분명 나 여기서 살 수 있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그렇게 말했는데. 며칠간은 숨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경찰에게 잡혔다. 여기 우리 땅이잖아? 여기서 살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리틀 청에게는 쪽지 한 장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긴 했지만 우리 친구였으니까. 붙잡혀 경찰차로 떠나는데 리틀청이 자전거를 몰고 쫓아온다. 날 쫓아오는지 알았는데.. 구급차를 쫓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오줌 쥬스로 중독된 데이빗이 실려 나가는 차 말이다. .. 그렇게 싫어하더니 결국 저 아이 저런 애였던 거야. 그 사람 돈이라도 받고 싶었던 건가? 이제 돌아오지 못할지 모르는데.. 그래 결국 그 아인 돈만 좋아하는 홍콩 어른들과 똑같은 아이였어. 그래.. 우리의 우정은...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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