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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상함

no mingzi 2019. 10. 6. 01:08

한국에서의 10년의 사회생활 동안 나는 스스로에 꽤나 감동을 받았다. 그져 고집불통 아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아 난 이렇게나 참을 수 있구나, 이렇게 끈기가 있구나, 이렇게나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완벽해!

중국에서는 1년 동안 나는 뭐랄까.. 아 난 아직도 거칠었던 10대처럼 욕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아 나의 긍정은 그져 잘 포장된 사치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서울의 번화가의 꽤 괜찮은 외국 회사를 다니면서 중심가 아파트에 곱게 사는 나는, 순식간에 외국에 혼자서 호텔을 전전하면서 토끼만한 쥐가 다니는 마트를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최소한 나의 이전과 이후는 큰 차이가 생겼고, 단 기간에 그 모든것을 헤쳐나갈 유일한 방법은 이제는 잊혀진 내 어린 시절의 그 경험들 뿐이었다. 그져 내가 태생적으로 곱게만 자란 아이가 아닌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는 종종 나의 나라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잊게 된다. 시간이 되면 오는 버스나, 저녁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번화가나, 아침이면 깨끗하게 치워진 거리나, 하다 못해 평소에는 귀찮게만 느끼는 SNS나 대중매체의 자유로움 같은 것들이 이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임을 잊는다. 우리는 보통 누리는 것보다 누리지 못한 더 나은 것에 불만 하느라 바쁘게 산다.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안보다 엄마의 잔소리나 아빠의 무뚝뚝함 형제들의 무심함 같은 것들에 집중한다. 가족이라는 안전지대에 벗어나서야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내게 얼마나 힘을 주는지, 그들이 얼마나 나를 이해하고 받아 줄 수 있는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의 2018년은 그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내가 지킬수 있던 고상함이 실은 그들의 의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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