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tories

에티켓

no mingzi 2019. 6. 28. 23:16

중국어를 배운지는 오래 되었지만, 중국인의 대화방식, 사고 같은 것들을 직접 느낄 기회는 없었다.
덕분에 지난 수 개월은 직접 중국인을 느끼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에는 반발했고 주장도 하고 설득해보고 설명해 보았지만, 변화시키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자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현상이 어쩌면 틀린 것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자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사계절이 지나고 나자 예전 중국 동료가 내게 했던 답변 대로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난 적응이 되어 있었다.
-----------------
최근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 고객을 돕고 있다.
제약 시장의 특성상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그들의 무기는 SPEED & PUSH이다. 사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의 강력한 방식의 의사소통이지만, 일부 효과가 있던 부분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중국의 병원들은 정부 기관이 대부분이다. 한국처럼 사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도 거의 없고 개인병원들도 거의 존재 하지 않는다. 권위적인 의사는 어느 나라든 유사할테지만, 중국 병원은 부서 내의 담당자들도 못지 않는 위세를 자랑한다.
기업이 투자 하여 진행하는 연구임에도 제 물건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발 저희 물건을 더 신경 써 주세요 늘 저자세로 병원 담당자를 모셔야 한다. 자국 기업의 경우, 이런 의사소통에 아주 익숙하다. 절대 재촉하지 않고, 그들의 시간에 맞추어 주고, 원하는 금액이며 자재며 모두 오케이다.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선생님이 그렇신다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 고객은 아마 생각이 달랐나 보다. 어쩌면 때려야 말을 듣는다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궁지에 몰린 쥐의 입장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고가 기반에 깔려 있었는지 모르나 현재까지 성적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중요한 승인을 득하지 못했고 몇 개 병원에서 심각한 반감을 사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중국식 사고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보다는 문화적 존중의 차원이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만일 그들이 조금 더 중국의 파트너사의 의견을 들었다면, 만일 그들이 조금만 타국의 문화를 이해했다면,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문화적 존중을 보였더라면 어째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지금 맞닿드린 모든 감정적 충돌과 그로 인해 생기는 금전적 손실로 모두들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연구는 이제야 본격적 시작이고 남은 몇 개월 간 국면을 전환할 기회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어리석은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특정 한 나라의 에티켓을 떠나 사람 대 사람의 존중이다.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직장 생활  (0) 2019.10.09
나의 고상함  (0) 2019.10.06
Looking back and what I went through and achieved  (0) 2019.06.23
Hierarchy  (0) 2019.04.28
중국어를 하는 외국인의 위치  (0) 2019.04.2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