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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하고도 2개월 남짓 순간 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들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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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루 하루의 업무를 정상적인 속도로 처리해 나간다.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따로 시간을 내서 내부 업무 개선을 위한 큰 그림을 계속 그려 나간다.
21년5월 그 때 누군가와 같이 그림을 그렸더라면, 적어도 그들이 그림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나아졌을까
지난 금요일 처음 목표로 잡았던 목록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초심자의 의욕으로 나열했던 열 몇 개의 항목중 한 두개 정도는 다행히 완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년의 시간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그 때는 몇 일 몇 주 만의 미팅으로 해결하고자 했으니, 내 무지가 그 시간들을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모든 것을 완료하지는 못할터지만 그래도 내가 다녀간 흔적을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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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예약 일정으로 비행기를 놓쳤다. 처음 맞닥드린 상황이었다면 멘붕에 빠졌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고생이 덤덤하게 상황을 처리하게 해 주었다. 급하게 비행기표를 바꾸고, 집도 없이 떠 돌던 그 때 애용하던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던 그 때 눈물지으면 여기 저기 호텔을 머물렀던 노하우 덕이다. 그 경험이 없었더라면 그 늦은 시간에 호텔이 위험하지 않을까 셔틀버스가 있을까 택시가 거기까지 갈까 이런 저런 생각에 힘만 뺐을 것이다. 그러다 터덜터덜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여전히 그 때의 기억은 유쾌하지 않지만 적어도 처음이 아니라는 건 현재를 대처하는 데 큰 힘을 준다.
이제 비행기 놓치는 일 정도는 피식 하고 넘어 갈 수 있는 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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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상도 못한 시간들이다. 처음 중국 이직을 생각했을 때를 생각하면 말이다. 10여년간의 한국의 직장생활, 안정적인 업무 환경, 익숙한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당연했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맞닥드린 안전, 위생, 안정감에 대한 위협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첫 몇 개월은 커다란 캐리어 하나에 옷부터 음식에 조리도구까지 구겨 넣고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샛노랗던 오리 가방은 바퀴가 망가지고 때가 묻고 이젠 황색오리가 되었다. 불쌍한 오리..
그래도 다행인 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나란 사람은 정말이지 짐승처럼 살 길을 찾아간다.
게다가 망각의 동물이기까지 하다. 마음도 몸도 너무 힘든 기억들이지만 이제는 그 때의 울분도 분노도 슬픔도 좌절도 조금 사그라들었다.
모든 것이 모순으로 느꼈던 그 때와 달리 요즘은 '너 이제 중국인보다 더 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예전에 왜 왜를 외칠만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이건 원래 이래라는 말을 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내 귀여운 오리 캐리어는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다행히 나는 상처를 딛고 성장을 했다. 이걸 정말이지 누구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일단 내 스스로를 잔뜩 토닥여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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